금붕어 이야기_ 진주린과 소녀

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평일 오후,
가게 문이 열리며 한 여자아이가 들어섰다.
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어 보였고, 교복 대신 빗물에 젖은 후드 티를 입고 있었다.

처음엔 그냥 수조 구경하려나 싶었지만,
그 아이는 진주린 수조 앞에서 꽤 오랜 시간 멈춰 섰다.

나는 조용히 물어봤다.
“예쁜 아이들 많죠? 혹시 금붕어 키워본 적 있어요?”

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.
“예전에 할머니랑 진주린 키웠어요.
할머니 돌아가시고 나서는, 수조도 그대로 멈췄어요.

근데… 이 아이 보니까, 그때 생각나서요.
할머니랑 같이 이름도 지었었는데… ‘달콩이’였어요.
진주처럼 반짝거린다고.”

말하는 내내 아이의 목소리는 작고 조심스러웠지만
그 눈은 분명히 금붕어에게 마음을 쏟고 있었다.

나는 가만히 아이 옆에 앉아
진주린들이 물속에서 유영하는 모습을 함께 바라봤다.

잠시 후, 아이는 작고 동그란 진주린 한 마리를 가리키며 말했다.

“얘… 할머니 웃을 때 입 모양이랑 닮았어요.
볼살도 통통하고… 할머니가 봤다면 ‘얘 진짜 복덩이구나~’ 하셨을 거예요.”

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.
아이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할머니가,
작은 금붕어를 통해 이 공간에 함께 있는 것 같았다.

나는 아이에게 정성껏 수조 관리를 도와줄 수 있는 키트를 챙겨주고,
진주린 한 마리를 조심스레 포장해줬다.

물론, 소녀의 보호자님께 허락을 받고나서 ㅎ

아이의 두 손은 물고기 봉투를 품처럼 끌어안고 있었고
나가는 문 앞에서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.

“얘 이름은 ‘모란이’예요.
할머니가 마지막까지 좋아하신 꽃 이름이에요.
오늘 집에 가서 할머니 사진 옆에 수조 놓을 거예요.
얘랑 얘기하면서, 할머니랑 다시 얘기해볼래요.”

그 말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졌다.
한 마리의 금붕어가 단순한 ‘반려동물’이 아니라
누군가의 추억, 그리움, 그리고 다시 살아가게 하는 연결고리라는 걸 그날 다시 한 번 깊이 느꼈다.

그 아이는 몇 주 뒤,
직접 찍은 사진과 손으로 그린 그림을 들고 다시 찾아왔다.
“얘가요, 가끔 할머니 앞에서 멍하니 있을 때가 있어요.
그럼 전 그냥 조용히 물멍해요.
그럼 마음이 좋아져요.

작은 손님의 진심 어린 마음이
가게의 공기마저 따뜻하게 만들었다.
그날 이후, 난 진주린을 소개할 때면 꼭 그 아이의 얘기를 덧붙인다.
“이 아이는, 누군가의 기억을 살려주는 친구일지도 몰라요.”

나도 그날 외할머니께 전화를 했다..

위 이야기는 ㅎ
실제이야기를 바탕으로 참고하여
기억을 더듬어 쓴 이야기입니다.

특정인물이나 비방은 아니니 오해하지마셔요♡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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